세 번째 SF 출장
어제 HF0(유명한 해커 하우스다) 커뮤니티 디너에 다녀왔다. 첫 번째 영어 인터뷰 기사의 인터뷰이였던 파블로를 마주쳐서 반갑게 근황 토크를 했다. 코파운더였던 나다브와는 헤어지고, 에베레스트 정상에 로봇을 보내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더니 나에게 요즘은 영어로 말하는 건 좀 어떠냐고 물었다. How's your English going? 이라고 했던가.
내가 파블로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샌프란에 온 지 한 달 정보밖에 안 되던 차였고, 영어로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훨씬 어눌했다. 그럼에도 파블로와 그의 코파운더 나다브의 이야기가 아주 흥미롭다고 생각했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터뷰 중간에 잠시 질문을 절었는데, 파블로가 '너는 우리를 보러 두 번이나 와줬잖아, 결국 잘 해낼 거라고 믿어'라고 말해줬다. 그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다. 그때는 작은 격려 한 마디에도 크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지.
나는 이제 혼자서 투자자랑 미팅도 하고 인터뷰도 그 사이 몇 건 더 했고 이제 여기 사람이랑 데이트도 해, 라고 말하면 아마 꽤 놀랐겠지. 그냥 'Isn't it much better than last time?'이라고만 말했다.
언젠가 샌프란에서 알게 된 사람들이랑 좀더 유창한 영어로 수다 떨면서, '아 그때 나 영어 정말 못했지' 하면서 웃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어느 정도는 그렇게 되어 가고 있구나 싶어서 새삼 기뻤다. 겨우 영어 조금 는 걸로 자위하면 안 되지만 영어가 늘어야 이 일을 훨씬 잘할 수 있는 것도 맞아서.
이제는 영어로도 취재 미팅 흉내 정도는 낼 수 있게 됐고, 인터뷰가 잘 안됐을 때도 영어 때문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공부랑 접근이 훨씬 문제) 그러니까 더이상은 영어를 탓하면 안된다.
나는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목표가 뭔가, 그걸 이루기 위해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조금 깔짝대다 말고 있는 건 아닌가... 목표든 방향이든 방법이든 전반적으로 훨씬 더 날카롭게 갈고 정신 제대로 차려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좋은 거 한두 편 만드는 IC면 되는 게 아니라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 뭘 하려고 여기까지 왔는지, 똑바로 생각해.